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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칼럼] 설산 암벽에 선 CEO, 성명기 회장의 인사 ‘사랑은 행동’
23-01-31 11:17 217회 0건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칼 세인트, 『창백한 푸른 점』 중에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용어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서 처음 등장한 말이다.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Home Sapiens)'에 비유해, 인간의 삶은 스마트폰에 의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그 예측처럼 일부가 아닌 대다수 인구가 포노 사피엔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소리에 따라 잠에서 깨어나거나, 폰으로 메시지나 뉴스 등을 확인하며 하루가 시작되기도 한다. 하여 SNS 홍수는 다양한 활동에 영향을 끼치고, 집중을 방해하는 부작용도 적잖다. 폰 메시지 발송은 편리와 경제적 손실이 거의 없으면서 대량의 뉴스를 다수에게 이송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폰 우편배달부 탄생과 확산의 이유이기도 하다. 발신자들은 본인의 글이 아닌 일반화된 남의 글을 퍼 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수신자에겐 이미 재생에 재생을 거듭한 내용을 전달하는 민폐에다, SNS 청소 노동으로 시간 허비까지 첨가한다. 이렇듯 폰 휴지통 비우기를 반복하면서도 SNS 사막을 뒤적이는 것은, 어쩌면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때문인지도 모른다.

새해 희망을 주고받는 설 명절 축하 메시지 속에서 특별한 사진 한 장을 만났다. 판에 박은 듯한 축문이거나, 이미지, 영상이 아닌, 세상이 흰 눈으로 덮인 설산 풍경이었다. 하늘과 산의 경계가 보이지 않았다. 능선도 지평도 지워져 있었다. 한 남자가 오른손을 높이 들어 허공을 가리키고, 곁에 선 또 한 남자가 양손에 든 스틱으로 하늘 배꼽을 누르며 마침표를 찍고 있는 모습은 역경을 향한 도전과 극복의 희열이었다. 두 사람 주변에서 작은 나무 한 그루조차 볼 수 없어 그곳이 거대한 바위이며 암벽 위에 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이사와 일행이다. 맑고 산뜻한 날이어도 어려운 산행인데, 하얗게 눈 덮인 설산을 향해 길 없는 길을 만들며,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산정에 올라 환하게 웃음으로 포효하는 모습에서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에서 영예의 은탑산업훈장 수훈이라는 결실의 단면인 뜨거운 열정을 만날 수 있었다.

여의시스템은 국내 산업용 컴퓨터 분야 1위로 알려진 혁신의 중소기업이다. 셍산된 제품들은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고속도로 속도감지 시스템, 버스 터미널 주차발매기, 차량번호 감지 주차관제 시스템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안내 키오스크, 스마트폰 검사 및 반도체 제조설비, 산업용컴퓨터, 이더넷스위치, 산업용엣지커넥티비티 분야의 제품 개발 등 그 영역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섣부른 언급을 멈추게 한다.

성 회장이 이룩한 업적을 보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제품 생산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기업 운영에 매달렸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오산이다. 기술혁신 기업들을 배출하는 이노비즈협회장(6대, 8대)을 두 차례나 지냈고, 현재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칠순의 나이에도 암벽등반하는 산악인, 틈틈이 쓴 글들을 모아 에세이집 『도전』, 『열정』, 『사랑은 행동』을 출간한 저자이다. '글쓰는 CEO'로 호명되게 한 3권의 에세이집은 삶은 '도전'과 '열정'으로 빚어 '사랑'에 도달하는 여정이라는 사유의 시선이 담겨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보고 듣고 배운 많은 것들이 지금의 그를 존재하게 했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서 보았던 건물 '삼성상회', 그리고 삼성의 신성장동력은 반도체 산업이라고 선언하던 73세 이병철 회장의 불굴의 정신과 쉼 없는 도전, 그 열정을 롤모델 삼아 성 회장은 기업을 경영하고, 신성장동력을 찾고, 역경을 견딘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성공과 영광만 있었을까 '젊은 날 죽을 고비를 넘기고 여기까지 왔으니 감사한 일'이라는 성 회장은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다며 회사 경비에게도 극존칭으로 대하며 존중한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함양된다는 말이 있다. 성 회장이 거대한 암벽에 작은 점으로 매달리는 이유는 칼 세이건과의 만남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구는 우주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우쳐준 천문학자는 들려준다. "인간이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은 착각이고, 만용이고, 자만이지요. '창백하고 푸른 점'에 불과한 지구를 지키는 일은 소중히 보존하고, 서로 아끼는 것 뿐이에요."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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