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news

미디어


[22.11.30 영남일보] '대구 출신 벤처 1세대'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대구 기업 생존 필수조건은 협업…단편…
22-12-05 10:43 189회 0건

[22.11.30 영남일보] [출향인사를 찾아서]

'대구 출신 벤처 1세대'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대구 기업 생존 필수조건은 협업…단편적 기술론 성장 불가능"


기사원문보기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21128010003710


3529508162_1670204417.2399.jpg

대구 출신으로 국내 산업용 컴퓨터 1위 기업인 여의시스템을 운영하는 성명기 대표가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의시스템 제공〉


호기심 많고, 손재주 뛰어난 소년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라디오를 처음 접한 소년은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지지직거리는 잡음을 뚫고 들려오는 낯선 세상의 소리는 소년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후 소년은 틈만 나면 멀쩡한 라디오를 부수고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흘러 소년은 국내 산업용 컴퓨터 분야 1위 기업의 대표가 됐다. 우리나라 벤처 1세대, 여의시스템 성명기(68) 대표의 남다른 인생여정에 관심이 쏠린다.

절망을 딛고 일군
산업용컴퓨터 1위 기업

30여년전 여의시스템 창업 초기 아이 백혈병·아내 폐결핵 날벼락, 설상가상 자신도 위암 투병까지
"그때 암벽등반으로 다진 정신력 지속적 성장·부채 제로 밑거름"
車번호·속도감지시스템 등 생산 반도체 제조설비로 영역 넓혀가


◆절망서 길어 올린 희망

대구 출신으로 계성초등, 대건고를 졸업한 성 대표는 1991년 아내·남동생과 함께 여의시스템을 창업했다. 그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는 곳은 다양하다. 고속도로의 속도감지 시스템, 차량번호 감지 주차관제 시스템을 비롯해 시외버스 터미널의 주차발매기,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안내 키오스크 등이 있다. 또 스마트폰 검사 및 반도체 제조설비 등 갈수록 그 영역은 늘어나는 추세다.

늘 미소를 품은 그이지만 사실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서른 살 무렵 첫 창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살배기 아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것. 큰 충격을 받은 아내는 임신 6개월 차에 아이를 유산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아내는 폐결핵까지 앓게 되었다. 신이 원망스러웠던 그에게 불행은 더욱 가혹한 손짓을 했다. 아이의 병세가 다소 호전되어 겨우 한숨을 내쉴 때 이번에는 그가 위암 판정을 받아 수술대에 누웠다. 지금은 가족 모두가 건강을 되찾았다.

성 대표는 "이 모든 일이 불과 3~4년 사이에 한꺼번에 일어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절망이 엄습해 오는 속에서 나는 사랑하는 내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의지가 솟구쳤다. 건강을 찾기 위해 대학 시절에 했던 암벽등반에 다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3529508162_1670204492.2818.jpg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가 암벽등반을 하고 있다. 여의시스템 제공


◆암벽서 깨달은 경영철학

연세대 산악동아리 출신의 그는 위암 수술 후 시작된 극심한 소화불량을 극복하기 위해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뭔가를 한번 시작하면 푹 빠져버리는 성격인 탓에 철저하게 등반에 몰입했다. △매일 만 보 이상 걷기 △골프와 집안 청소하기 등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으며, 주말에는 산과 암벽을 오르면서 스트레스를 깨끗이 날려버렸다. 그는 지난해에만 약 80회의 등산과 암벽등반을 했다.


공포를 즐기는 운동인 암벽등반은 기업을 경영하는 데도 적잖은 시너지가 됐다. 언제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니 늘 긴장하고, 철저한 대비를 하는 자세를 얻게 됐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맞서 흔들리지 않는 경영자의 자세도 배울 수 있었다. 여의시스템이 부채 '0' 경영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뿐 아니다. 산악인들이 로프에 서로의 몸을 의지하는 암벽등반은 기업경영에서 중소기업 간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바탕이 됐다. 성 대표는 "단편적인 기술로 생존이 가능한 시대는 지났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협업해야만 기업이 건강해지고 생태계가 튼튼해진다. 인터넷,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의 네트워크는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 중심의 경영
순익 20% 직원과 공유

"지시에 따라 임직원들 움직여선 성장은 커녕 기업 생존까지 위협
성과공유제 도입 주인의식 고취, 장기근속 직원엔 해외여행 선물
동료애 키우고 업무 유대감 강화"


◆롤모델은 삼성 이병철

대구에서 보고 듣고 배운 많은 것들이 지금의 그를 만든 중요한 모티브가 됐다. 매일 아침 원대동 집에서 계성초등까지 등굣길에서 보았던 '삼성상회' 건물도 그중 하나다. 그는 한국 최고의 부자 이병철 회장에 대해 남모를 경외감을 느꼈다고 했다. 73세가 된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산업을 삼성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했을 때는 나이에 굴하지 않고 쉼 없이 도전하는 자세와 열정에 매료되기도 했다.

이병철 회장이야말로 자신의 멘토라고 소개한 성 대표는 "이 회장님은 저의 개인적인 능력 측면에서 감히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기업을 경영하면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산을 오르고 암벽등반을 하는 열정만은 70을 목전에 둔 이 나이에도 그분을 따르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외가가 있던 청도 유천 시골 마을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삶에 행복감을 준다고 회상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살았던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돌봐주었던 외갓집 식구들과 밀양강에서 놀았던 것, 태풍 사라호로 온 마을이 쑥대밭이 되었던 풍경 등이 안타까우면서도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것.

그는 특히 지방 소멸의 시대를 맞아 갈수록 위상이 추락하는 대구가 비상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생명체가 다양한 진화를 거듭해온 것처럼 지방의 작은 변화와 혁신이 모여 대구가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사람중심 기업 대상

여의시스템은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지속적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316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392억원, 2021년엔 446억원으로 코로나에도 성장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는 52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그가 추구하는 경영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여의시스템은 매년 순이익의 20%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주고, 50%를 재투자 비용으로 쓴다. 또 직원들이 일정 근무기한을 넘기면 통 큰 해외여행도 지원한다. 노사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 성과공유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6월에는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가 주는 '사람중심기업가정신' 대상을 수상했다. 또 지난 10월엔 기술혁신으로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성 대표는 "대표이사가 지시하고 임직원은 지시에 따라 움직여서는 디지털 시대에 성장은커녕 생존도 위협받는다. 성과공유제는 회사의 이익이 성과급으로 지급되면서 임직원들의 주인의식을 고취하는 순기능을 가져왔다. 장기근속한 직원에게 해외배낭여행을 선물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함께 여행하면서 동료애를 키우고 회사업무에도 강한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원문보기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2112801000371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