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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한경에세이] 김형석 교수님과 어머니
18-11-20 11:44 1,999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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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한경에세이(한국경제)(18.08.13)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학창시절 은사님이었던 김형석 교수의 에세이집에서 읽은 글인데 교수님은 퇴근을 하면 제일 먼저 노모의 방에 가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 쳐주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런데 팔순 어머니의 이야기는 한국 최고의 지성으로 대접받는 교수님의 지적 수준에 비추어봤을 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얘야. 오늘 옆집 개가 강아지를 일곱 마리나 낳았는데 참 이상도 하지. 그 중에 두 마리는 누렁이이고, 세 마리는 검둥이고, 두 마리는 얼룩이 더라. 어떻게 새끼를 그렇게 낳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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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기 smk@yoisys.com
<여의시스템 대표·이노비즈협회장 >

김 교수님에겐 들을 만한 가치가 없는 소소한 이야기였지만 매일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들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하루 종일 한, 두 가지의 이야기 할 거리를 준비하고는  아들이 오면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려고 몇 번이나 되뇌며 기다렸을 것이다.


교수님은 어머니의 작은 행복을 지켜드리려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일 저녁 하찮은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게 중요한 일과였고 그러다보니 그 일 자체가 본인의 행복 중에 한 가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교수님의 노모는 팔순의 나이에도 옆집 강아지의 외모 차이도 기억을 하실 만큼 기억력이 좋으셨던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는 기업의 CEO와 이노비즈 협회장으로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뇌의 용량을 넘는 대규모 정보의 입력과 나이로 인한 기억력 감퇴가 더해져서 얼마 전에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한번은 후배로부터 “형님! 그 이야기 98번만 더하면 백번입니다.”라는 핀잔을 듣고 잠시 기분이 언짢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나에게 핀잔을 줬던 후배도 툭하면 일전에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것을 보면 자신이 했었던 말은 잘 기억 못하면서 타인이 했던 말에 대해서는 기억해서 면박을 주는 것이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회 현상인가도 싶다.


김 교수님의 에세이를 읽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기에 나도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퇴근하면 제일 먼저 부모님 방에서 이야기도 들어드렸고 훗날 폐암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마지막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하시는 어머니를 매일 새벽 출근길에 찾아뵈었고 쭈글쭈글해진 어머니 가슴을 장난스럽게 만지고 나왔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교수님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가족이나 선후배 사이의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는 지혜로 배울 만 하다는 생각이다.


교수님은 올해 99세의 나이에도 강연도 하고 집필을 하시면서 멋진 노년의 삶을 살아가시는데 얼마 전 김 교수님은 “자신의 삶을 과거로 되돌릴 수 있다면 6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내가 그 나이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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