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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어머니의 자식 교육법
18-11-15 17:18 1,977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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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한경에세이(한국경제)(18.08.06)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명기야! 지금 안자면 부엌에 잠시 나오너라.”

개학을 앞두고 밀린 겨울방학 숙제를 하다가 어머니의 부르심으로 부엌에 갔을 때는 밤 11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그 시절 어머니는 낮에는 옷가지와 화장품을 아는 분을 찾아다니시면서 일종의 방문 판매도 하고 우리 집 밭에 건축 중인 주택 감독 등 여자로서 감당하기 힘든 일을 감내하셨고 저녁에는 일수 수금하러 다니셨기에 항상 밤늦은 시간에 귀가하셨다.  부엌에서 어머니는 누구에게 갖다 주시려는지 식은 밥을 뜨거운 물에 말아서 양푼이에 담고 김치와 두, 세 가지 반찬을 챙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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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기 smk@yoisys.com
<여의시스템 대표·이노비즈협회장 >

“집 부근에 거지가 가마니를 덮고 추위에 떨고 있기에 뜨거운 것이라도 조금 먹여야겠다. 저러다 영하의 추위에 얼어 죽겠더라.”  


나는 소반을 들고 추위에 덜덜 떨면서 앞장서서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 거지가 있는 곳은 신축 중인 집이라 문짝도 없고 벽도 완전하지 않았기에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는 곳이었다.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거지가 부스스 일어났다. 가마니 한 장을 깔고 또 한 장을 덮은 거지는 얼마나 추웠는지 이빨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머리는 산발을 했고 옷은 땟물에 절어 있는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 행색이었다. 거지는 소반을 받아 들자 뜨거운 물에 말은 많은 양의 밥과 반찬을 정신없이 먹었다. 


어머니는 밥을 먹고 있는 거지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렵게 사노?” 하시면서 혀를 차셨다. 한참 성장기 나이인 나에게 당시의 어머니가 보여주신 모습은 큰 충격이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어머니께서는 항상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이셨다.


그로부터 얼마 후, 어머니는 옷가지와 화장품을 팔아서는 자식 교육시키기가 어려워서 서문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빚을 내서 직업소개소를 차리셨다. 

그런데 가게를 열자마자 양아치 패거리들이 제일 먼저 찾아와서는 어머니를 겁주면서 돈을 뜯어 가려고 하는 일이 발생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어머니는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을 때였다.


“아지매?” 갑자기 패거리 중에 나잇살이나 먹은 리더가 어머니를 아는 체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누군지 몰라서 멀뚱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그 사람이 “아지매! 제가 작년 겨울에 아지매 집 부근에서 밥 얻어먹은 놈입니다.”


그러고는 “그냥 가자. 이 아지매는 나에게 도움을 준 분이다.”라면서 무리를 데리고 나갔다고 한다. 그들의 위협에 혼이 난 어머니는 고마움에 주머니에 있는 몇 천 원을 주려니까 한사코 마다하면서 “이러지 마세요! 아지매는 저를 인간 취급 해준 분입니다.” 그날 저녁에 어머니는 그 이야기를 하시면서 “남에게 베풀어서 손해 보는 일 없다는 말이 사실이더라.” 그러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머니의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인간 사랑이 어머니께서 몸소 보여주신 자식 교육이었고 내 삶을 아우르는 가치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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