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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전원주택과 새끼 고양이
18-10-08 13:49 1,985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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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한경에세이(한국경제)(18.07.24)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지난해 겨울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내리던 늦가을 주말 저녁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밖에서 들리기에 아내에게 짐승 우는소리가 난다고 했더니 대답인즉슨, 정원을 가꾸고 있었는데 동물 우는 소리가 나기에 숲 쪽으로 가 봤더니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조그만 새끼 길고양이가 있더라는 것이었다.

아내는 어릴 적에 큰 개에게 물린 이후로 동물을 무서워해서 기겁을 하고서는 돌아와서 정원 일을 계속했는데 아들이 이야기를 듣고는 고양이를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서 집 테라스 아래에 뒀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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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기 smk@yoisys.com
<여의시스템 대표·이노비즈협회장 >

아내가 “어미가 데려갈 테니까 그 자리에 두라.”고 했는데도 아들은 차가운 가을비에 그냥두면 죽는다면서 박스에 담아서 우산을 씌워 두었다고 했다.

마당에 나가 봤더니 태어난 지 1주일도 안된 새끼 고양이가 악을 바락바락 쓰면서 울고 있었는데 빌빌거리는 모습으로는 그냥 뒀다가는 밤을 못 넘기고 황천길로 갈게 뻔했다.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건강 진단 후 분유와 젖병을 사오게 했더니 평소에 동물을 좋아하는 아들은 신이 나서 갔다 왔는데 건강은 괜찮다고 수의사가 이야기하더란다. 

아들과 내가 새끼 고양이를 잘 돌봐주었더니 2~3일이 지나서는 제법 팔팔해져서 우는 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스티로폼 박스에 둬도 어미가 데려가지 않기에 페이스 북에 사진과 함께 올렸는데 좌우 눈 색깔이 비대칭인 예쁜 녀석이었기에 한 시간 만에 무료 입양되었다.


이틀 후 아침에 출근을 하려다보니 새끼 고양이가 또 정원 옆에 버려져 있었는데 이 녀석은 눈병이 났는지 눈을 제대로 뜨질 못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미가 새끼를 숲속에 버리질 않고 정원 경계선 버리는 것도 어쩌면 인간이 병든 새끼를 챙겨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나 싶어 고양이 어미의 영악함에 탄복이 절로 나왔다.

이 녀석도 먼저 버림을 받았던 형제가 있었던 그 박스에서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워낙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제대로 울지도 않고 귀퉁이에 조용히 처박혀 있는 것이 죽기 십상이다 싶었는데 이틀 동안 분유를 열심히 먹였더니 다시 집 앞마당은 날카로운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눈병 치료차 오래된 안연고를 찾아서 발라준 후 그 다음날 아침에 보니까 눈을 바로 뜨고는 스트로폼 박스를 탈출해서 온 마당을 기어 다녔는데 마침 동네 아줌마가 키우던 고양이가 얼마 전에 죽어서 상심하고 있다기에 연락했더니 오셔서 가져가셨다.


두 마리의 생명을 살리느라 예상하지 못한 돈이 들어갔지만 생명을 살려내고 나니 마음은 뿌듯했다. 산 아래 주택에 살면서 생명사랑을 느끼는 기회도 종종 갖게 되다보니 전원주택 생활에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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