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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4 노컷뉴스] "끊임없이 변화…멈추면 죽는다"[영상]
23-11-16 11:02 468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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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들 ③]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


여의시스템 제조 공정. '개척자들' 제작팀여의시스템 제조 공정. '개척자들' 제작팀


32년 전 산업용 컴퓨터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시절, 산업용 컴퓨터, 산업용 컨트롤러, 네트워크 장비 등을 연구 개발하고 생산해 온 여의시스템은 '고객 맞춤'이라는 경영 철학으로 2022년 기준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하며 국내 1위 산업용 컴퓨터 업체의 자리를 지켰다.




제품도 서비스도 고객 맞춤… 지구 끝까지 간다는 의지

일반 컴퓨터가 기성복이라면 산업용 컴퓨터는 고객의 사이즈와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옷이다. 산업용 컴퓨터는 기업, 공장, 군대, 고층빌딩 등에서 사용되는 데 사용 환경에 따라 필요한 컴퓨터의 용량, 속도, 스펙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진, 홍수, 화재 등 재해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강화된 보안 시스템 등이 요구되기도 한다.


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는 "산업용 컴퓨터의 핵심은 '고객 맞춤'이며, 여의시스템의 경영 철학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면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사후 지원을 하고 있다"며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실제로 여의시스템 직원들은 브라질, 튀르키예, 헝가리까지 직접 고객사를 찾아가 사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고객의 수요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은 없냐는 질문에 성 대표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라며,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을 한 번 공급하기 시작하면 다른 회사의 제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객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고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 고객사를 놓치지 않고 확대해 가는 여의시스템만의 전략이자 성공 요인인 셈이다.


10배 비싼 산업용 컴퓨터 시장…성장 가능성 확인해

디지털 버스 노선 안내 제어보드. '개척자들' 제작팀디지털 버스 노선 안내 제어보드. '개척자들' 제작팀


30여 년 전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IBM 등 해외 컴퓨터 기업의 산업용 컴퓨터를 사용하던 시절, 성 대표는 산업용 컴퓨터 가격이 일반 컴퓨터 가격의 10배가 넘는 것을 보고 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학 시절 전자공학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그는 대만 업체로부터 부품 등을 공급받아 단순 조립 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산업용 컴퓨터 산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업체에도 여의시스템이 조립한 제품을 판매했는데, 그러던 중 업체의 수요에 맞는 산업용 컴퓨터를 개발해 줄 수 있냐는 요청이 들어왔고 성 대표는 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단순 조립이 아닌 산업용 컴퓨터 개발에 착수했다.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 무전기를 만드는데 심취했던 그에게 새로운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 것은 또 다른 희열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학교 성적은 최하위권이었지만,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 청계천에서 부품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말 한마디에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를 시작해 명문대에 진학는 괴력을 선보였다.

주차장, 공항 등에서도 여의시스템이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품을 개발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123층 초고층빌딩에는 10여 개의 차량 출입구가 있는데, 수백 대의 차량이 동시에 드나들더라도 실시간으로 개별 차량의 주차 시간과 주차 요금을 계산할 수 있다. 1번 출입구로 들어온 차량이 3번 출입구로 나갈 경우, 입출입시 차량 번호판을 2~3초간 촬영해서 메인 서버에 저장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주차 관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여의시스템은 고객사의 필요에 맞는 하드웨어를 생산한다.

공항에 설치된 카메라로 황인, 백인, 흑인 등 각 인종이 몇 퍼센트인지를 한 번에 확인하고, 이들의 동선도 파악할 수 있다. 카메라가 수집하는 영상을 빅데이터 정보로 활용하는 기술 덕분이다. 성 대표는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해 늘어나는 공항 이용 수요를 파악하고 장기적인 증축 계획 등을 세우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혁신은 대기업과 달라야… 작은 변화의 중첩

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 '개척자들' 제작팀여의시스템 성명기 대표. '개척자들' 제작팀
중소기업은 작은 변화를 끊임없이 중첩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혁신에 대한 성 대표의 철학이다.

그는 중소기업의 혁신이 대기업의 혁신과 같은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은 수천억 원의 기술 개발 비용을 들여 인공지능, 챗GPT와 같은 신기술을 개발해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중소기업은 작은 변화를 중첩시켜 나가며 혁신에 발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여의시스템은 국내 기업이 스마트폰 등 첨단 장비를 개발하면 그 스마트폰을 테스트하는 장비를 빠르게 개발한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를 사람이 수 분에 걸쳐 현미경으로 검사할 필요 없이 전자 현미경으로 1~2초 만에 반도체 불량품을 선별하는 장비도 만들었다.

덕분에 스마트폰, 반도체 등 신제품 불량품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 비용 등을 줄이고 제품의 빠른 출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업의 혁신에 중소기업이 발맞춰가는 사례다.

성 대표는 중소기업의 혁신을 수십억 년 동안 미생물이 인간이라는 고등 생명체로 진화한 과정에 빗대며, 머물지 않고 작은 변화를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소기업의 혁신이라고 덧붙였다.

한 달 만에 대기업 뛰쳐나와…중소기업 만능맨으로

여의시스템 내부. '개척자들' 제작팀여의시스템 내부. '개척자들' 제작팀


여의시스템은 2022년 기준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하며 국내 1위 산업용 컴퓨터 업체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성 대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대학교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한 달 만에 제 발로 회사를 나왔다. 좌충우돌하며 영업, 연구개발, 경영관리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던 그에게 대기업의 문화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대기업을 그만둔 그는 중소기업이었던 방위산업체 연구소에 취직해 연구 개발을 하면서 동시에 영업 파트에서의 경력도 쌓았다. 회사의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창업했을까를 고민하면서 스스로의 미래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했다.

방산장비의 제어장치와 8비트 애플 컴퓨터를 결합해 산업용 설비의 소규모 제어장치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도 이때 고안한 것이다. 그는 대기업을 나와 중소기업으로 옮긴 선택에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70세를 앞둔 성 대표는 여전히 암벽등반을 하며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줄 하나에 의지해 깎아지는 바위를 오르는 위험한 일이지만, 그는 도전 후의 쾌감을 즐긴다고 말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것이 그의 원동력인 것이다.

CBS노컷뉴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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