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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CEO 칼럼] 예의를 표할 땐 상대에게 진심을 다하라
24-03-04 18:22 318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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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 건희 회장님이 불편한 걸음으로 부축을 받으면서 다가와서 나에게 악수를 청하셨다.

간담회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서.....

뒤따라서 현대자동차의 정 몽구 회장, 롯데 신 동빈 회장 그리고 두산의 박 용만 회장님도 손을 내미는 바람에 1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나는 대한민국을 이끄시는 네 분의 그룹 회장님들과 악수를 나누는 행운을 누렸다.>>

 


10여 년 전 중소기업 단체장(이노비즈 협회) 자격으로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일정 도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미국 방문 둘째 날 대통령과 기업인이 함께하는 조찬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요인, 대기업 회장,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 단체장 그리고 경호원 및 실무자들을 포함해서 어림잡아 200여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는 고맙게도 이노비즈 협회장인 나를 포함해서 4명의 중소기업 단체장에게 각각 3분정도의 시간을 주고 정부에 건의 할 사항을 이야기하라고 말씀하셨다.

다들 평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지 짧은 시간에도 여러 개의 요청사항을 이야기했는데 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만 선택과 집중을 해서 건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는데 정부요인과 재벌 회장 및 단체장들과 기업인들이 모인 장소에서 대통령에게 건의사항을 말하려고 하니까 꽤 긴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또박또박 잘 말씀드렸다.

내가 건의했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금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인력을 못 구해서 쩔쩔매고 있는데 대기업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연구인력 채용공고를 내면 경쟁률이 엄청나다.

그렇다고 지원하는 분들에게 요즈음 중소기업도 좋으니 중소기업에 지원하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오질 않으니, 차라리 정부출연연구소에 연구개발 인력을 더 많이 뽑아서 이 추가인력을 중소기업 연구개발에 무상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시면 연구개발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 드렸다.(대통령께서는 건의사항을 꼼꼼히 메모하셨는데 몇 달 후 내가 제안한 내용으로 정부출연 연구소에 몇 백 명의 연구원 충원을 발표하면서 수백억의 예산이 소요되는 1379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셨고 1379 출범식 때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내가 행사를 공동 주관했다. 참고로 1379는 전화한번(1)하면 3일안에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이 중소기업의 친구(79)가 된다는 의미이다. )


조찬간담회가 끝난 후 대통령이 먼저 퇴장을 하시고 이어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앞장을 서고 대기업 회장님들이 뒤따라 나가시는 모습을 참석자들은 좌우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하신 이건희 회장님은 보조자의 부축을 받으면서 천천히 걸어가시던 중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고개를 돌려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대한민국을 지금처럼 풍요로운 국가가 됨에는 삼성 이 회장님의 노고가 컸습니다. 그리고 제가 경영하는 여의시스템도 삼성에서 요청한 제품개발 및 제조를 통해서 저를 포함한 직원들이 가족을 부양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감사의 마음에 나도 모르게 거의 90도로 허리를 굽혀서 절을 했는데....

갑자기 이 회장님이 방향을 바꾸어서 나에게 다가 오시는 게 아닌가?

앞에까지 오신 이 회장님은 나에게 악수를 청했고 이 회장님의 손을 잡는 순간 내 몸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전율이 지나갔다.

이 회장님은 불편한 몸인데도 제법 긴 시간동안 내 손을 꽉 잡고 계셨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이 나에게로 방향을 돌려서 오는 순간 그 뒤를 따라오던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 롯데의 신 동빈 회장 그리고 두산의 박 용만 회장님은 영문도 모른 채 이 건희 회장의 뒤를 따라와서 내 손을 잡아주셨다.

간담회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서.....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을 이끄시는 네 분의 그룹 회장님들과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에 악수를 하는 행운을 누렸다.

회장님들이 모두 간담회장을 떠난 후에도 그 여운이 남아있어서 발을 떼지 못하고 다른 분들이 행사장을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한참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지금도 그날의 순간을 되새김질하면, 영문도 모르시고 따라오신 세 분의 그룹 회장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시면서 내 손을 잡았을까 생각하며 가벼운 미소와 함께 우연히 찾아온 최고로 특별한 순간의 기억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그러면서 내가 10여 년 전에 썼던 책 ‘열정’의 이병철 회장님에 대한 부분을 여기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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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업경영과 혁신의 멘토로 삼는 분이 삼성의 이 병철 회장님이다.

홍 하상 작가가 쓴<<이병철에게 길을 묻다>>를 읽어보니 일반적으로 이 회장은 뒷방 늙은이가 되기 십상인 73세에 반도체를 삼성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발표하신 분이다.

그 때 삼성이 반도체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 TV의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이 가능했을까?

초등학교 시절에 집(대구 원대동)과 학교(계성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옆에 오늘의 삼성을 태동시켰던 작은 정미소 건물(삼성 상회?)이 있었다.

그 분에겐 어떤 면이 있어서 작은 정미소에서 출발하여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었을까?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의문이었고 존경의 마음이었다.

홍 하상 작가의 글을 읽기 전에는 환갑까지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인생을 즐기며 살겠노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읽고 난 이후에는 늙어서도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큰 행복을 주는 길이겠구나 싶다.


그 날 네 분의 대기업 회장님과의 악수라는 멋진 행운이 어떻게 찾아 왔을까 생각해봤다.

내가 얻은 결론은 대통령에게 열심히 제안하던 중소기업 단체장을 이 회장님이 걸어가시면서 우연히 시선을 마주쳤는데 내가 예의를 다해서 90도로 절하는 모습을 보고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려고 오셨는데 다른 회장님들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오신 바람에 그런 즐거운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었다.

어쩌면 내 삶이 현재의 모습으로 멋지게 살아가는 것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인사를 할 때면 진심을 다하여 예의를 표했던 것도 큰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또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속 귀절을 좋아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바위에 새기고 증오의 마음은 모래에 새겨라’를 내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하늘의 별이 되신 이건희 회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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