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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op] "제품 아닌 솔루션 팔아야 살아남아" 이노비즈협회 키 다시 잡은 성 회장의 꿈
17-09-01 10:16 1,087회 0건

‘9988.’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전체 기업의 99%, 고용 인원의 88%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런 중소기업을 두고 위기설이 나온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정작 돌파구는 못 찾고 있다. 성명기(63)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위기가 올 수록 혁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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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기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중소기업계에 퍼펙트스톰이 불어닥칠 것”이라 경고했다.[사진=천막사진관]



‘한국경제의 허리’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디어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로 승부하라’고 부추기지만, 정작 그런 기술을 만들면 대기업에 뺏기기 일쑤다. 매출은 줄고 경기침체로 시장은 갈수록 좁아지는데 새 정부는 임금을 더 주라고 말한다. 비용 상승까지 겹치면 ‘트리플 악재’다.


이런 때 눈길이 가는 이름이 있다. ‘이노비즈’다. 이노비즈(Innobiz)는 혁신(innovation)과 비즈니스(business)의 합성어다. 글자 그대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말한다. 정부가 인증한 우수 중소기업군이다. 이미 수출, 고용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2월 이노비즈협회의 수장을 맡은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에게 ‘중소기업 위기론’을 극복할 방법을 물었다.



✚ 취임사에서 ‘중소기업 퍼펙트스톰’을 언급했다. 무슨 의미인가.
“중소기업의 체질이 나빠지고 있다. 수출ㆍ내수ㆍ고용 등 모든 지표가 곤두박질쳤다. 자본이 있는 대기업이야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중소기업은 아니다.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성장은 꿈도 못 꾼다.”


✚ 새 정부가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진 경제 패러다임을 중소기업으로 옮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한가.
“마냥 좋을 건 없다. ‘노동시간 단축’ ‘노동자 임금 상승’ 등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공감하지만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중소기업계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가파른 임금상승을 감당할 여력을 갖춘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


✚ 중소기업도 자성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노동법을 지키지 않아 입방아에 오르거나 재무관리는 뒷전인 채 정부 지원에만 매달리는 CEO들도 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좀비’ 중소기업이 즐비하다. 기업의 성패는 결국 기업에 달렸다. 기업 스스로가 변하지 않는 한 바뀌는 건 없다. 그렇다고 환경에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 어떤 점이 아쉽나.
“건강한 생태계는 순환해야 하는데, 대기업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한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이 크게 성장할 토양이 척박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성장의 벽에 막히는 중소기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거다.”


✚ 테슬라, 우버와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이 시장에 등장하면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까.
“중소기업계는 생태계다. 수많은 기업들이 협력과 경쟁으로 얽혀있다. 유니콘을 목빠지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기업들에 변화를 주문해야 한다. 혁신이 천재의 영역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기술은 축적되는 거다.”


✚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쓴 「축적의 기술」에는 이런 비유가 등장한다. 우주로 쏘아올린 로켓은 여러 단계에 걸쳐 추진력을 얻는데, 우리나라 산업계는 1단계 엔진을 분리할 고도가 훨씬 지나고도 관성으로 날고 있다는 거다. 대부분의 한국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데스밸리를 넘고 1단계 엔진을 분리해 2단계 엔진에 점화를 해야 하는데, 이걸 해내는 기업이 없다.”


✚ 왜 없다고 보나.
“우리는 흔히 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스타트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생각한다. 이게 문제다.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가운데에 ‘기술혁신 중소기업’을 넣어야 한다. 이들은 창업 이후 일정 부분 성장한 뒤 동력을 잃었다. 단순히 ‘스타트업 자금 지원’에 쏠린 육성 정책으로는 불을 붙일 수 없다.”


✚ 4차 산업혁명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측면은 있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는 건 아니다. 이 분야 총아寵兒로 꼽히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으로 ‘직접 장사’를 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돼있다. 4차 산업혁명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무슨 말인가.
“우리나라 기업군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 제조기업을 보자. 이들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뭔가. 노동자들이 기계부품처럼 늘어져 매번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녹슨 공장이 떠오르지 않는가. 내가 만난 많은 중소 제조기업 CEO도 스스로 이런 이미지에 묶여있었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제품을 만들어 더 많이 팔 궁리만 한다. 이걸 바꾸는 게 4차 산업혁명이다.”


✚ 어떻게 바꿔야 하나.
“기술융합과 고도화다. 그리고 제품이 아닌 솔루션을 팔아야 한다.”


✚ 예를 들어달라.
“현재 CEO로 재직 중인 여의시스템은 공장용 컴퓨터를 만드는 제조기업이다. 이 시장은 해당 공장이 생산하는 제품의 규격을 고려하지 않는 ‘범용 시스템’이 대세였다. 그런데 우리는 공장별 맞춤형 산업용 장비를 개발했다. 소량다품종, 고객맞춤형 전략이 통했다. 이런 걸 가능하게 하는 게 기술력이다.”


✚ 많은 기업들이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맞다. 무엇보다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 재능 있는 청년들이 공무원 아니면 대기업에 몰린다. 이는 중소기업계의 패착이다. 아까 말했듯, 중소기업 임원들은 직원을 부품으로만 여기는 관습 때문에 중소기업에 ‘안티 이미지’가 쌓였다. 여의시스템의 경우 투명경영과 체계적인 업무 평가시스템으로 이직률을 크게 낮췄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우리 회사에서 배우고 나가 창업한 이들도 많다. 기술혁신도 사람을 보고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은 사람을 키우는 기업이어야 한다.”


✚ 임무가 막중하다. 협회는 어떻게 운영할 방침인가.
“걸음마를 떼고 있거나 성숙기로 접어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에 이런 목소리를 적극 내고 있다. 기업들에겐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하는 중이다. 기업이 직접 해외에 나가는 게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 해외에 거점을 마련해 그곳에서 필요한 기술을 한국의 중소기업과 매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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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영기 회장은 사람 중심 경영을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Issue in Issue | 그가 ‘사람 경영’ 강조하는 이유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는 성공한 경영자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공장 자동화시스템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그의 삶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아픈 상처가 있다. 창업 초기, 아들은 백혈병과 싸웠고 아내는 폐결핵에 걸렸다. 성 대표는 위암 판정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모두 건강을 회복했지만 당시를 떠올리면 ‘아찔한 위기’였다.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국내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하던 시기, 회사에 수주가 끊겼다.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무서운 녀석이 여의시스템을 휘감을 때 그는 과감히 ‘No!’를 외쳤다. 가족과 기업에 닥친 ‘죽음의 계곡’은 성 대표에게 ‘개인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쳤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두권의 자서전도 냈다.


올해 하반기에는 세 번째 책도 나온다. 그의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람’이다. 흥미롭게도 그가 이노비즈협회 8대 회장에 오르면서 제시한 4대 혁신 어젠다의 마지막에는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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