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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북한산 암벽 등반과 감사하는 마음
18-10-05 15:41 1,714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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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한경에세이(한국경제)(18.07.17)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어~헉!” 거대한 체구를 가진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공포에 실린 낮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주변은 팽팽한 긴장에 휩싸였다. 한 명의 산꾼이 암벽의 젖은 경사 길을 오르다가 이끼 낀 바위에서 미끄러지면서 내는 소리였는데 그 산꾼이 미끄러지기 시작한 지점에서 불과 3~4미터 아래부터는 경사가 더 급해지다가 바로 이어서 10여 미터의 수직 절벽이 연결되어 있었고 절벽 바닥에는 커다란 바위가 제멋대로 깔려있었기에  추락은 염라대왕 앞으로 직행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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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기 smk@yoisys.com
<여의시스템 대표·이노비즈협회장 >

바로 그 장소에서 어리석은 산 꾼들은 이끼 낀 미끄러운 바위를 안전장치 없이 오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 년 전 늦여름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8월 말에 산악부 후배들과 차가운 바위의 감촉을 느껴보고 싶어서 오른 암벽은 며칠 동안 내린 비로 많이 젖어있었고 특히 급경사의 넓은 바위(슬랩)는 평소와 다르게 물이 조금씩 흘러내리면서 물이끼도 살짝 끼어 있었다. 등반대장이 서너 걸음 옮겨보더니 바위가 미끄러워 위험하다면서 안전 장비인 로프와  벨트를 착용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때 한 패거리의 산 꾼들이 우리가 왔던 길을 뒤따라 오더니 우리를 힐끔 쳐다보곤 이런 쉬운 데서도 로프를 사용하느냐라는 비웃음 비슷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일 없이 그대로 슬랩을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물이끼가 그들이라고 봐주는 게 아니었기에 올라가는 도중에 한, 두 번 씩 가볍게 미끄러지면서도 히죽히죽 웃으면서 차례로 통과하고 있었다.

올라가는 그 모습이 너무 위험하게 보여서 잠시 장비를 꺼내던 손을 멈추고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중간에 두, 세 번 미끄러지더니 벌벌 떨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 팀의 한 명이 배낭에서 로프를 꺼내려는 순간 불쌍한 친구는 “어~헉” 소리를 내면서  수직절벽으로 미끄러져 내리기 시작했는데 그 팀의 동료와 우리 팀도 미끄러져가는 산꾼의 손을 잡아주다가는 절벽으로 같이 휩쓸려갈까 봐 도움의 손길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불쌍한 그 친구는 내가 서 있는 바로 옆을 지나서 염라대왕을 알현하러 가고 있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이 산꾼의 왼팔을 잡고 확 끌어당겼는데 다행히 그 친구는 신의 가호로 지옥행 급행열차에서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지옥에서 탈출한 그 인간의 제일성은 “에이 C발!” 
그리고는 위험을 무릅쓰고 생명을 구해줌에 대하여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동료가 내려준 로프에 몸을 묶고는 올라가 버렸다.

그 지점에서 바윗길을 30여분 오르니 아까 그 패거리들이 넓은 바위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었는데 옆을 지나가도 도움을 줘서 고마웠다고 말하거나 과일 한쪽 먹어보라고 권하는 인간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시선조차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들의 곁을 지나간 후 흥분해서 화를 내는 등반대장에게 내가 말했다. “송 대장! 화내지 마! 우리 눈앞에서 사고로 죽었다면 내가 도움의 손길을 뻗쳤다면 살려낼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죄책감을 오래도록 느꼈을 거야. 생명을 살려낸 것으로 감사하고 행복하자. “ 위암 수술을 받은 지 올해로 32년이 지났는데 그때 살아서 생사의 기로에 선 생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만도 나에겐 큰 축복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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