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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굼벵이와 생명존중
18-09-20 16:24 1,584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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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한경에세이(한국경제)(18.07.09)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부우웅~~” 새벽에 아파트 안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는 순간 내 눈앞을 스치면서 날아가는 작은 물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거실에는 이런 녀석들이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매미 열 댓 마리가 날아다니거나 바닥에 떨어져서 어기적어기적 기어 다니고 있었다.갑자기 매미왕국이 되버린 거실은 어제 저녁에 여기저기 나무나 화초에 둘째가 붙여놨던 놈들임에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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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기 smk@yoisys.com
<여의시스템 대표·이노비즈협회장 >


그해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한여름 밤에 더위도 식힐 겸해서 한강 고수부지로 가다보면 여기저기 고목나무에 7년의 시간을 인고한 굼벵이 수십 마리가 나무를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에는 나무기둥에 허물만 여기저기 붙어있고 그 많던 굼벵이는 매미가 되어 사라져버린 후였다.


그 다음날 둘째가 밤에 나가서 굼벵이 열 댓 마리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작은 화초뿐만 아니고 행운목 같은 나무에도 잔뜩 붙여 놓았었는데 바로 이놈들이 밤 사이에 탈피를 한 후 거실 전체를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녁에 집에 와보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안 거실에서 붕붕 날아다니다가 대부분 죽어버렸고 그 중 두세 마리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서 바닥에서 간신히 조금씩 꿈틀대고 있었다. 

매미들의 떼죽음을 만들어 놓은 범인은 방에 들어가서 무슨 짓을 하는지 거실엔 보이지도 않기에 불렀더니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신나게 놀다가 마루로 나왔다.  


내가 매미 시체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했다.


“저 매미들은 7년 동안 땅속에서 살다가 천적을 피해서 밤에 나무로 기어 올라가던 녀석들이다. 그리고 탈피를 해서 매미가 되면 일주일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서로 사랑을 나눌 짝을 만나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으면 그것으로 자신들이 세상에 나와서 해야 할 일을 마치게 된단다. 그런데 네가 굼벵이를 잡아와서 집에다 가둬 놓다보니 짝짓기도 못하고 이렇게 죽어버렸다. 이 일에 대하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내 이야기를 듣고 둘째도 시무룩한 표정으로 죽은 매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에도 둘째는 또 굼벵이를 잔뜩 잡아다가 집안 여기저기에 붙여 두었고 그 놈들은 그 다음날 새벽에 똑같이 탈피를 해서 붕붕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아침 식사를 하면서 둘째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기로 했고, 만일 출근할 때까지 그대로 두면 혼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후다닥 아침밥을 다 먹어치운 녀석은 바닥이나 유리창에 부딪혀서 떨어져있거나 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매미들을 베란다 창문을 열고 한 마리씩 차례로 날려 보냈다. 둘째는 그날 이후로는 곤충이나 생명체를 잡아서 가지고 놀다가도 숲속에 다시 놓아주는 것을 보게 되면 마치 내가 감방에 갇혀 있다가 풀려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생명 존중이란 우리 가족과 우리 집의 반려동물을 넘어서 이 세상 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기고 따뜻하게 대함이 아닐까 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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